불면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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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거의 1년여 동안 잠을 잘 못자고 있다. 졸립지 않은 것은 아니나, 몸을 가누지도 못할 만큼 잠에 겨워 침대에 누우면 몽롱한 상태로 새벽을 맞이한다. 아니면 무서운 꿈을 꾸고 울면서 일어난다.
내일(오늘)은 집에서 놀려고 했는데 어떠한 이유로 새벽녘까지 잠을 못자게 되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늦게 자면 하루가 너무 힘든데... 심지어 야식도 먹었으니 내일 속이 얼마나 아플지 짐작이 간다. 참.. 내 몸은 스스로 바른생활을 실천하는 듯. 조금은 비뚤어져도 괜찮아.
누워서 어떤 영화를 봤는데, 남자들은 여자랑 잘때만 사랑한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외의 순간에 그들의 대사들은 '밥먹었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반면 여자들의 사랑한다는 말에서는 굉장한 그리움이 묻어나서 서글펐다. 그들의 사랑이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다. 화면상의 그들은 정말로 섹스하는 순간만큼은 여자를 사랑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그들의 한계라면, 정말 남자들의 사랑이 1차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면 난 여자를 사랑하거나 혹은 (어차피 여자혐오증이니까) 그저 나를 사랑하며 외로이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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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서는 악취가 난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시절부터 그들과 마주치는 것 조차 피하게 될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났다. 지금 그들의 존재는 그 냄새와 같다. 그들이 내는 소리, 그들의 형상, 그리고 몸짓이 곧 그들을 나타냈고 그것은 악취였다.
전염병과도 같이 악취는 퍼져나갔다. 그것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 발걸음이 닿는 어디에서나 그 역겨운 흔적은 남아있다. 그 역겨움은 이제는 만성이 될만한데도 나를 괴롭힌다. 그들은 내 코끝을 지나, 소뇌를 지나 도착한 대뇌 속에 절대 씻어 낼 수 없는 배설을 해 놓은 것이다.
지독하다.
그들이 처음부터 모두 악취를 풍겼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그렇게 되어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변해갔다. 마치 그들 자신이 촉매제가 된 것처럼 자신을 썩히고, 서로를 지독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좀비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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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삶은 항상 죽음과 삶의 경계선 위에 있는 것만 같아 무섭다. 아슬아슬한 곡예라도 하고 있는 듯, 벼랑끝에 서있는 기분이다. 나는 세상에 맞춰 바뀔 수 없는 사람이니까. 세상을 나에게 맞춰야 하는데, 위태위태.. 바꾸기 전에 무너져내릴것만 같다.
세상의 더러움 부조리를 참지 못하고 내 안의 더러움에도 질려서 미쳐버리거나 죽어버릴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이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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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감기에 걸렸다. 엄마 앞에서는 아픈티 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나도 모르게 자꾸 흐느낄정도로 아팠다. 어제 병마(?)와 싸우느라 많이 지쳤는지, 오늘은 종일 기운이 없어서 책을 읽을 수 조차 없었다.
기운차리도록 하고... 내일부터 s대 가기로 함. 아파서 공부 못했다는 핑계가 통할리가 없잖아. 교섭 담당자가 '오늘 아파서 협상에 못나가니까 내일하죠' 할 수 없 듯.
합격하면 정말 혼자살게되겠구나. 결국 아줌마는 못하는 건가? 우선은 합격하고 볼일이다. 사람이 하고 싶은일을 모두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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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여사님이 분홍빛나는 빨간 가디건를 사오셨다. 그러니까 할머니 내복색 가디건이다. 난 이 색깔이 정말 잘 어울리는 애늙은이, 아니 아가씨늙은이다.
자꾸 답안지쓰는 것을 피하고 있어서, 다음주부터 한주만 S대에서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시험문제랑 답안지만 달랑 가지고 가면,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겠지.
사제님이 다른 지방으로 이사갔다. 어디에 있든 서로 공부하느라 보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지만 다른 지방이라니 갑자기 보고 싶어져도 볼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길에서, 전철안에서, 버스안에서 마주치는 수 많은 낯선 이들. 더 많은 사람들과 마주칠수록 단 한사람의 존재가 깊이 느껴진다.
새끼늑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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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여사님 방에 잠깐 놀러갔다가 무리에서 이탈하게 된 엄마늑대와 새끼늑대들을 보았다. 엄마가 새끼들과 함께 굶어죽을 것인가 자리를 비울것인가 갈등하고 있다는 나래이션 뒤에 엄마늑대는 새끼늑대들을 떠났다. 새끼늑대들은 무방비상태로 놓여있다는 나래이션이 나오고, 금새 어디선가 곰이 나타났다. 곰은 새끼들이 들어있을 작은 구덩이로 몸을 집어넣었다. 어두운 굴 속에서 새끼들이 깽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늑대는 저 멀리에서 열심히 달려왔다. 엄마가 도착했을 때, 곰은 이미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울어버렸다.
오랜만의 외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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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외출을 했다. 눈썹도 안그리고 파운데이션에 펜슬로 라이너 그린게 다였지만 어쨌거나 화장은 화장.
화요일 스터디 시간이 너무 늦어서, 토요일 스터디반으로 옮기려 했는데, 오늘 가보니 사람들이 영 아니다. 영어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배경지식이 너무 없다. 이코노미스트를 보고 토론을 한다면... 본문이 어려워서 이해못할정도라면 배경지식을 따로 공부해 오는 것이 당연하고, 적어도 본문을 읽어 오기는 해야지.
사제님과 스터디에 같이 갔다. 같이 그런 자리에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평소에 영어로 이야기해보기를 시도해 보기는 했지만, 역시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야기가 잘 된다.
어제는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 학교 다닐때 가봤던 밥집도 가고, 화장도 하고, 이것저것 평소에 안해보던 일들을 해보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사제님을 만나서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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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예쁘고 밝게 자랄 수 있었는데... 묘한 열등감이 나를 내리누른다.
내 삶의 소녀는 태어나지도 못했고 아가씨는 죽었다. 아줌마는 될 수 있을까? 중요한 순간들이 빠져버린 삶은 고쳐질 수 있을까? 절름거리며 힘겹게 한발한발 내딛는 기분. 내가 갖지 못한 삶을 가졌던 사람들을 질투하고 열등감에 허우적거리고, 내게서 소녀를 앗아간 사람들을 저주하다가 결국에는 아줌마도 할머니도 아닌 괴물이 될까봐 무섭다.
열등감이 나를 집어삼킬것 같아서 무섭다. 이겨내려고 무엇이든 붙들고 발버둥치며 사는 것 같아서 무섭다. 지금 내가 꿈꾸고 내딛는 발걸음들이 사실은 괴물같은 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에 지나지 않을까봐 무섭다. 사실은 모든 것이 허구에 지나지 않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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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망각한 생활과
죽음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옴을 의식한 생활은
두 개가 서로 완전히 다른 상태이다.
전자는 동물의 상태에 가깝고,
후자는 신의 상태에 가깝다.
-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