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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phqe8

정해지지

정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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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휴강을 하게 되었다. 목도리를 칭칭 감고 집 앞 어느 골목길의 따땃한 볕 아래 선 나는 오늘 강의가 취소되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잠깐. 집으로 그냥 들어갈까 말까 생각을 하다가 길위로 나왔다.


갑자기 앞으로 8시간의 자유시간을 얻은 나는, 마치 8시간 후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멍해지고 말았다. 이내 가을 바람과 함께 산책을 하기로 하고, 골목길과 아이들과 어른들과 시장과 도로의 자동차들을 구경하다가 사진기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후회를 하고 말았지만 언덕위의 5층 집까지 올라가기는 귀찮아져서 그냥 바람을 조금 더 느끼다가 돌아왔다.


왠지 기계적으로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틀을 깨고 갑자기 찾아온 사건에 대해서는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게 된 것 같다. 정해진 듯 길을 걷고 있지만 실은 정해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익숙하지 않은 것에는 깜짝 놀라버리고 만다.


JP씨의 문자는 의외로 아가씨답다는 것을 발견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면이 재미있다.


J는 중국에 도착했겠지? 어서 합격해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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